5월말 이후, 외국인 1600억원 거래 비해 개인·기관 12.5배 철강·금속, 은행 등 소외 업종 돌아가며 매수 "차별적 순매수로 키 맞추기 시작" 외국인 선물 매수→금융투자 현물 매수…"하방 압력 제어"[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은 사고 매수가 몰려 과열됐다 싶은 업종은 팔아치우며 최근 순환매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이 본격 순매수로 돌아선 분위기는 아니지만 비교적 적은 규모의 매수세만으로도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달 26일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은 약 16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이에 비해 개인은 약 12.5배 이상인 2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관은 2조1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는 외국인이 다른 투자 주체에 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일별로 봤을 때 외국인은 특정 업종을 집중 매수하거나 매도하며 주가 상승과 하락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총 2175억원어치 팔아치웠던 지난달 27일에는 순환매장을 이끌었던 제조업과 전기·전자를 각각 1000억원 이상씩 팔아치웠고 화학도 425억원어치 팔았다.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철강·금속을 329억원어치 사들였고 건설도 1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음식료품, 보험, 기계, 은행도 순매수했다. 해당일 외국인이 샀던 업종은 모두 2%대 상승했고 팔았던 언택트 대형주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2차 전지 대형주 LG화학(051910), 삼성SDI는 하락하며 코스피는 강보합 마감했다.
그 다음날인 5월 28일 외국인은 총 609억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그동안 멀리했던 금융업을 269억원어치 사들였다. 당일 은행주는 3.48% 오르며 업종 중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이며 마감했다. 지난 2일엔 총 501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금융업과 보험을 각각 394억원, 340억원 사들여 은행 6%, 보험이 5%대 올라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 의약품과 서비스업은 각각 343억원, 309억원 팔았고 모두 내렸다. 전날엔 의약품을 683억원 매수해 업종 중 가장 많이 사들이며 상승을 이끌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000포인트를 넘은 뒤부터 외국인 매매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며 “차별적인 순매수로 금융, 보험, 유통, 조선, 자동차, 철강 등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의 키맞추기를 시작하며, 순환매장을 주도하는 업종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이 산다고 해서 그 업종이나 종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패턴은 두드러지고 있어, 외국인의 플레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은 달러 약세와 원화 회복 영향으로 선물을 대거 사들이며 금융투자의 현물 매수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4일 외국인은 코스피200지수선물을 2281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날 금융투자는 코스피에서 약 4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외국인 선물 매수를 통해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콘탱고 상태가 되면 금융투자는 비싼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를 하게 되는 원리다.
이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낙폭이 제한적인 이유도 외국인 선물 매수-베이시스 확대-금융투자 매수의 선순환 고리가 하락 압력을 제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77포인트(0.31%) 오른 2195.69를 기록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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