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1년 새 20개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이에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낙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저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최근 1년 새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은 2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상장한 한컴라이프케어를 합치면 21개사다.
가장 크게 하락한 종목은 비케이탑스(-89.88%)로 나타났다. 비케이탑스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5월13일 이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또 삼성제약(-64.93%), 신풍제약(-54.95%),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54.33%) 등 제약업종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제약기업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약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2020년 20만원대에 거래되던 신풍제약은 현재 2만8000원대까지 하락했다.
다이나믹디자인(-72.18%), 서연(-57.70%), 덕성(-68.82%) 등 윤석열 테마주의 하락폭도 컸다. 다이나믹디자인은 사외이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고, 서연 역시 사외이사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재명 테마주였던 형지엘리트는 1년 새 61.69% 하락했다.
한때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로 군림했던 LG생활건강의 주가도 1년 새 52% 넘게 하락하면서 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잇단 산업재해로 실적과 성장 기대감이 꺾이면서 53.21% 하락했고, 지주회사 HDC 역시 49.98% 내렸다.
반토막은 아니지만 엔씨소프트(-47.58%), 아모레퍼시픽(-43.03%), 셀트리온(-40.43%), 넷마블(-40.14%), LG전자(-30.92%), 카카오(-30.89%)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들도 높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연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개미는 낙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부터 6월 2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의 1, 2위는 LG생활건강(3038억원), LG전자(2800억원)로 나타났다. 6번째로 많이 산 종목도 카카오(1912억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크게 하락한 대형주는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평균매수단가를 낮추려고 주식을 사모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섣부른 저점 매수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기아, 우리금융지주와 같은 확실한 실적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당시 저점을 하회할 정도로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되었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부담도 완화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물가의 정점 통과와 경기의 저점 도달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직 약해 주식시장의 반등을 이끌만한 힘은 부족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