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뜨고 있다. 신드롬 수준이다. 노무현의 적자, 비정치인 출신 대권주자, 밉지 않은 친노(親盧), 매너남(男), 특전사 등이 그를 묘사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그의 잠재력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할 수준까지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반짝 인기에 불과해 기존 야권 잠룡들처럼 15%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그럼 여의도에서 한 발짝 떨어진 전문가들은 그를 어떻게 바라볼까.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15일 “문 이사장의 현 지지율 10%는 절대 사상누각이 아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초창기 때 지지율이 2∼3%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대선 후보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대표는 “문 이사장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는 달리 영호남을 포함해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고, 젊은층 지지자가 대부분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는 달리 20대부터 60대 이상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짚었다.
문 이사장이 권력의지가 없어 ‘맹탕 후보’라는 일각의 비판도 뒤집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오히려 권력의지가 없고, 대선 후보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문 이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 혐오증이 팽배한 요즘은 권력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비춰지는 게 약점이 아니라 장점인 시대”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야권 후보인데 부산 출신인 점, 친노계인데도 영남에서 거부감이 없는 점 등이 향후 지역주의 역할자로서의 그의 주가를 더욱 높여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문 이사장 인기가 ‘대리(代理) 인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문 이사장은 문재인 개인이라기보다는 서거 정국 이후 노무현의 부활을 구현하는 상징자적 성격이 있고, 어쩌면 (문 이사장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문 이사장이 ‘반MB 정서’와 ‘훌륭한 인품’ 말고 뭐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주자로서 그가 계속 살아남을지 역시 그가 하기에 달린 것이라기보다 친노계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더 먹힐지, 즉 ‘친노계의 유통기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착시 현상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요즘 여론조사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음성으로 진행되는 ARS(자동응답장치) 조사가 대부분”이라며 “유권자 일반의 지지율로 볼 수 없고 정치에 아주 관심이 높은 극성 지지층, 또는 현 정치지형에 불만이 있어 새로운 후보나 대선지형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야권 표밭인 호남권에서 여전히 ‘찬밥 신세’라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고위인사는 “호남의 경우 노 전 대통령과 친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내년 총선이 문 이사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한국 정치지형상 대선 후보들의 선거기여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총선에서 문 이사장이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에서 얼마나 기여해 좋은 성적을 올리느냐가 그의 야권 내 위상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